세계일보

검색

[대한민국 ‘저출산·고령사회 늪’] 결혼이 사치가 된 시대… “출산·육아 불안감 해소가 먼저”

입력 : 2017-01-01 19:46:53 수정 : 2017-01-12 10:17:4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삶 안전성 위주 저출산 대책 필요 / 정부, 2006년부터 120조 예산 투입 / 합계 출산율 1.2명 등락 ‘밑빠진 독’ / 고용불안·경력단절 우려 출산 기피 / 평균 퇴직 52.5세 “둘째 낳기 주저” / ‘아이는 나라가 기른다’ 신뢰 주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 접근 필요
정부가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하며 들인 예산은 올해까지 합쳐 총 120조원에 달한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들였지만 합계출산율은 1.2명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별다른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정부 계획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였던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오랜 저출산 여파로 가임여성(15∼49세) 자체가 줄어 출생아 수가 다시 감소하는 ‘나선형적 하향 악순환’이 예견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10년간 가임여성 인구가 1361만5000명에서 1280만명으로 줄어(감소율 6%) 정부가 합계출산율 목표(2.1명)를 달성하더라도 한동안 출생아 수 감소를 막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혼인인구를 보면 전망은 더 암울하다. 가임기 여성의 혼인인구가 2005년 764만명에서 2015년에는 615만8000명으로 10년 만에 19.4%나 줄었다.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대상인 가임기 혼인여성이 전체 가임여성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다.

◆생애주기별 지원대책 마련돼야


지난해 8월 정부의 ‘둘이 하는 결혼’ 광고가 전파를 탔을 때 의외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광고는 남의 눈치 보며 조건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껏 부부가 될 두 사람을 위한 결혼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왜 조건을 따지게 됐는지 근본 원인부터 파악하라’는 비판이 많았다. 어마어마한 서울 집값,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경제력이 학력·직업으로 이어지는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느라 결혼이 사치가 돼버린 젊은 세대에게 정부의 메시지는 불편한 훈계로 와닿은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출생에서 결혼까지 가는 과정에서 삶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저출산 대책이 짜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보면 13개 부문 81개 과제가 있고 1·2차 계획도 90여개씩 과제를 담고 있어 정책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지금까지는 특정 집단의 수요에 맞추기 위한 측면이 강했는데, 이제는 생애주기에 맞게 큰 정책이 필요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결혼 전, 결혼 후 첫 자녀 출산 전, 둘째 자녀 출산 전 남녀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집단별로 출산 관련 정책 수요가 달랐다. 미혼 취업자는 정규직 전환과 출산·주거비용 지원을, 미혼 미취업자는 생애 첫 일자리와 출산비용 지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결혼 이후에는 육아휴직 수요가 높았다. 특히 미취업 여성은 출산 여부에 관계 없이 시간제 일자리에 관심이 많았다. 출산 후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 연구위원은 “모든 생애주기에 저출산 문제가 걸려 있고 그렇다면 해당 집단 수요에 맞게 맞춤 정책이 들어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출산·육아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 해소해야

결혼 가정이 출산을 머뭇거리는 주된 이유는 출산과 육아가 부모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늦은 결혼으로 지난해 마흔한 살의 나이에 첫 아이를 낳은 이은혁씨는 당장이라도 둘째를 갖고 싶다. 하지만 마음뿐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그는 “심리적 정년은 50세인데 아이를 또 낳으면 퇴사할 때 둘째는 초등학교에 입학할까 말까한 나이”라며 “아이 하나도 버겁다”고 말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퇴직연령은 52.5세로 정년퇴직은 7.6%에 불과하다. 체감 퇴직연령은 공기업이 54.8세, 중소기업은 50.8세, 대기업은 48.8세다. 아이를 더 낳지 못하는 이유가 단지 ‘아이 하나만 낳아 제대로 투자하겠다’는 욕심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출산장려 정책은 고용 안정·노후 문제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육아가 개인의 짐으로 남지 않도록 ‘아이는 나라가 기른다’는 믿을 만한 시그널을 줘야 함은 물론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갈등을 빚은 것은 부모들의 신뢰를 저버린 대표적인 사례”라며 “정부가 좀 더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